어지럼과 복시를 주소로 발현한 하시모토뇌병증
Hashimoto’s Encephalopathy Presenting as Dizziness and Dipl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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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Hashimoto’s encephalopathy (HE) is an uncommon neurological disorder characterized by subacute encephalopathy with elevated serum levels of thyroid autoantibodies. Due to the absence of specific tests and the diversity of neurological symptoms and signs, the diagnosis of HE is often delayed. We highlight the various manifestations of HE by reporting a patient who presented with atypical neurological signs such as dizziness and diplopia. The diagnosis was delayed until the patient progressed to cognitive impairment and generalized chorea.
하시모토뇌병증(Hashimoto’s encephalopathy, HE)은 중추신경계의 감염이나 종양 또는 뇌졸중이 없는 상태에서 아급성의 뇌병증과 혈청에서 갑상선 자가항체가 증가하는 질환이다.1 HE의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경련, 의식저하, 인지기능장애를 비롯하여 뇌경색 유사 증상 또는 이상행동, 불안, 수면장애 등의 신경정신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드물게 소뇌 실조 또는 무도증 등의 이상운동 증상으로 발현되는 경우도 있다.2-4 HE는 매우 드물고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으로 나타나며 진단에 특이한 뇌척수액검사 소견, 뇌 영상검사 또는 신경생리학검사 소견이 없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HE는 스테로이드 치료에 반응이 좋아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는 경우 완전히 회복되기 때문에 신속한 진단이 중요한 질환이다. 이 증례 보고에서는 HE의 증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어지럽과 복시로 시작되어 인지기능저하와 전신무도증으로 진행할 때까지 진단이 지연된 HE 환자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73세 여자가 어지럼과 복시로 시작하여 불안, 성격 변화, 인지기능저하 및 이상운동으로 점차 진행하는 증상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30대부터 손과 고개 떨림이 있어 본태 떨림으로 진단받고 propranolol 20 mg을 하루 두 번 복용 중이었다. 20년 전 좌측 반쪽얼굴연축에 대하여 미세혈관감압술을 시행 받고 증상이 완전 회복되었다. 영유아 시기 폴리오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신경학적 후유증으로 왼쪽 팔의 위축과 마비가 있었다. 이외에 고혈압으로 telmisartan 40 mg을 복용 중이었고 이외에 당뇨, 고지혈증은 없었다. 음주력과 흡연력은 없었다. 환자는 내원 3개월 전 먼 곳을 응시할 때 발생하는 양안 수직 복시와 어지럼이 발생하였고 내원 2개월 전 경부터는 수면유도 장애가 발생하였고 초조 및 불안 증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alprazolam 1 mg 하루 2회, diazepam 취침 전 1회 10 mg을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내원 3주 전부터는 평소와 달리 쉽게 화를 내고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는 일이 잦아졌다고 하였고 단기 기억력이 떨어지고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기존에 수행하던 집안일을 수행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였다. 내원 일주일 전부터는 보행장애가 발생하였고 음식을 씹을 때 구강 내측이 함께 씹히는 증상이 발생하였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으나 시간과 장소에 대한 지남력 및 주의집중력, 단기기억력 및 시공간능력 등 전반적인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있었다. 내원 당시 시행한 한글판 간이정신상태평가(Korea-form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K-MMSE)는 17점이었고 한글판 몬트리올 인지평가(Korean version of Montreal Cognitive Assessment, K-MOCA)는 8점이었다. 뇌신경기능 진찰에서 혀와 입턱관절의 이상운동증이 관찰되었다. 안과진찰에서 우안상사근의 마비로 인한 사시가 확인되어 4번 뇌신경장애를 시사하였다. 소아마비로 인한 좌측 위팔의 근위축과 Medical Research Council 등급 III-IV의 근력 저하 및 건반사저하 이외에 모든 근력 및 건반사는 정상이었고 감각기능도 정상이었다. 사지의 원위부에서 불규칙적이며 무작위로 발생하는 불수의적 이상운동이 관찰되었다. 불수의적 이상운동은 안정 시에 관찰되었고 보행을 하거나 움직일 때 심해졌다. 좌측 사경양상의 근긴장이상과 동반된 머리떨림과 양쪽 팔의 체위떨림과 활동떨림이 있었고 안정떨림은 없었다. 내원 당시 시행한 기본 혈액검사, 간기능, 신장기능과 전해질 수치는 모두 정상이었다. 갑상선기능검사 T3 1.15 pg/mL (0.80-2.00), free T4 1.57 ng/mL (0.92-1.81), thyroid-stimulating hormone 2.78 μIU/mL (0.27-4.20)로 정상이었고, 항갑상선항체농도는 anti-thyroid peroxidase (TPO) antibody (Ab) 125.00 IU/mL (<34.0), anti-thyroidglobulin (TG) Ab 149 IU/mL (<115)로 증가해 있었다. 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anti-ds-DNA Ab는 음성이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백혈구 2개, 단백질 32 mg/dL (15-45), 포도당 69 mg/dL였다. 올리고클론띠(oligoclonal band)는 음성이었으며 immunoglobulin G 지수는 정상이었다. 혈청과 뇌척수액의 anti-N-methyl-D-aspartate receptor, leucine-rich glioma-inactivated 1 receptor, contactin-associated protein-like 2 receptor, α-amino-3-hydroxy-5-methyl-4-isoxazole propionic acid receptor, dipeptidyl-peptidase-like protein 6 receptor, gamma aminobutyric acid-A receptor Ab는 음성이었다. 내원 당시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은 우측 전두엽의 석회화된 수막종 이외에 환자의 증상을 설명할 만한 소견은 없었고, 뇌파검사에서 극파, 예파 및 서파는 관찰되지 않았다. 갑상선초음파검사에서 갑상선결절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국소고음영을 확인하였다. Anti-TPO Ab, anti-TG Ab의 상승, 임상 증상 및 갑상선초음파검사 소견을 통하여 하시모토갑상선염과 동반된 HE로 생각하고 methylprednisolone 1 g을 5일간 정주하였다. 스테로이드 정주 다음 날 어지럼과 복시가 호전되기 시작하였고, 3일째에 시행한 K-MMSE와 K-MOCA 검사 결과는 각각 27점과 24점이었다. 스테로이드 정주 6일째 경구 prednisolone 60 mg으로 변경하였다. 치료 8일째 시행한 신경학적 진찰에서 복시와 어지럼은 완전히 호전되었으며 diazepam 취침 전 2 mg, clonazepam 0.5 mg으로 감량하였고 alprazolam 0.5 mg 하루 세 번으로 감량이 가능하였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환자의 사지에서 경도의 무도증과 입턱관절 이상운동은 경도로 남아있었다. 환자는 퇴원 후 두 달에 걸쳐 prednisolone 60 mg에서 격일 10 mg과 5 mg을 복용하는 일정으로 감량하여 유지하였다. 환자의 무도증과 입턱관절 이상운동은 1년에 걸쳐 서서히 회복되었고 증상 발생 1년째 시행한 신경학적 진찰에서 이상운동은 관찰되지 않았고 K-MMSE 와 K-MOCA 점수는 각각 28점, 24점을 유지하였다. 취침 전 약물 없이 수면장애는 호전되었다.
고찰
이 환자는 현기증과 복시를 시작으로 3개월에 걸쳐 수면장애, 불안장애 및 인지장애와 이상운동 증상이 순차적으로 발생하였다. 하시모토갑상선염의 진단 기준은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다음의 세 가지 조합으로 진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5 1) 혈청에서 증가된 anti-TPO Ab, anti-TG Ab, 2) 임상 증상, 3) 초음파의 국소음영 변화이다. 임상 증상에는 갑상선에 국한된 국소 증상 및 신경계를 비롯한 다양한 전신 증상을 포함한다. 우리 환자는 위 진단 기준에 합당하여 HE로 진단되었다.
HE의 병인은 아직 확실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신경계이상 증상이 스테로이드 치료에 반응하므로 자가면역병인으로 추정하지만 뇌병증의 직접적인 뇌내항체의 존재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6,7 Anti-TPO Ab 및 anti-TG Ab와 뇌병증과의 관련성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높은 항갑상선항체 농도가 HE의 발병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친다는 증거는 없지만 진단적 가치는 여전히 가지고 있으며, 알려져 있지 않은 자가면역관련 뇌병증을 반영하는 지표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또한, HE로 진단된 환자들 중 일부는 하시모토갑상선염과 별개의 자가면역뇌염일 가능성이 있으며 항갑상선항체의 증가 및 하시모토갑상선염은 우연한 동반 소견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기되었다. 따라서 HE라는 용어보다 steroid responsive encephalopathy associated with autoimmune thyroiditis라는 용어가 제시되었다.8 하지만 현재로서는 anti-TPO 및 anti-TG Ab 증가만이 이 질환을 대변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HE의 병인이 정확하게 밝혀질 때 까지는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6
HE는 1966년에 Brain 등9에 의해 처음으로 소개된 이후 다양한 신경학적 이상 증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임상 경과에 따라서 아급성 진행성 및 재발완화성의 뇌병증 또는 뇌졸중 유사 증상으로 나뉜다.4 임상 증상에 따라서는 의식저하, 경련, 신경정신증상, 무도증 등의 이상운동, 드물게 소뇌실조 등으로 뇌신경계에 걸쳐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할 수 있다.4 이 증례의 환자는 비특이적인 어지럼, 복시 및 정신 증상(수면장애 및 불안장애)이 생겼고, 2개월이 지난 후에는 빠르게 진행하는 인지기능장애가 발생하였다. 전신의 무도증과 턱과 입의 이상운동은 내원 당시 신경학적 진찰에서 발견된 소견으로 자각 증상이 없어 발생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이 증례의 환자에서 이상운동의 발생 시점이 불확실하지만 다른 증상의 진행은 뇌간에서 변연계를 거쳐 뇌피질장애로 진행하는 양상이었다. 환자의 복시는 4번 뇌신경 마비로 인한 증상이었는데, 저자들이 찾아 본 바, 현재까지 HE에서 발현된 뇌신경마비는 단지 한 예에서만 대해 보고되어, 이 역시 특이한 증상이었다.10 이 환자와 유사한 신경계증상의 진행 경과를 보인 HE 환자는 보고된 적이 없어 이 증례는 HE의 증상에 대한 새로운 임상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HE의 면역억제제 치료에 대한 효과는 대체로 좋은 편으로 알려져 있으나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 비가역성 신경계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2년 이상 진단이 지연되어 면역억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뇌피질의 위축을 동반한 비가역적 인지저하가 지속된 HE 환자가 보고되었다.11 이 보고는 HE의 조기진단에 대한 중요성을 시사한다. HE는 임상 양상과 신경학적 징후가 다양하고 진단에 특이한 지표가 없는 반면에 적절한 시기의 치료가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임상가는 어지럼과 같은 비특이적 신경계증상이라 하더라도 HE의 가능성을 감별진단 목록에 포함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