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역뇌들보팽대병터 증후군(reversible splenial lesion syndrome, RESLES)은 항경련제의 급작스러운 중단, 감염, 고산병 및 저혈당, 저나트륨과 같은 대사장애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뇌 자기공명영상(MRI)에서 뇌들보팽대 부위에 조영증강이 되지 않는 원형모양의 병변이 관찰되며,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ing, DWI)과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imaging, FLAIR)에서는 고신호강도를, 겉보기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ADC) 영상에서는 저신호강도를 보인다. 이러한 소견은 뇌경색, 뇌염 등에서 관찰되는 비가역적 세포독성뇌부종과는 달리 영상검사상 가역적 변화를 보이며, 임상적으로도 발작, 지남력장애, 운동실조, 혼수 등 다양한 증상이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단기간에 회복되는 경우가 많아 가역뇌들보팽대병터경도 뇌염/뇌병증(mild encephalitis/encephalopathy reversible splenial lesion, MERS)과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1,2 그러나 뇌염/뇌병증으로 인한 RESLES 증례 보고가 늘어나고, 그중 임상적 증상이 경하지 않고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확인되면서 치료시 임상적 악화에 대한 주의 및 적절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3-6 저자들은 처음에는 신경학적 이상 소견 없이 두통, 발열만으로 내원한 뇌염 환자의 뇌 MRI에서 세포독성부종 형태의 뇌들보팽대병터를 확인하였고, 입원 후 임상적 악화 소견을 보인이 환자에게 단기간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하여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호전된 예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평소 건강하던 33세 남자가 내원 4일 전부터 발생한 고열과 두통, 구역감, 구토를 주소로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과거력상 고혈압, 당뇨, 편두통, 음주력, 약물 남용 및 가족력에 대한 특이 사항은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병-19 (COVID-19) 백신을 포함한 백신 접종력은 없었으며, 발열로 인해 시행했던 COVID-19 중합효 소사슬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검사에서도 음성을 확인하였다. 내원 당시 39도의 발열 이외 다른 활력 징후는 정상이었으며, 혈액검사에서도 발열과 연관된 전신감염 시사 소견은 없었고, 혈당, 전해질, 갑상선기능검사 모두 정상이었다. 신경학적 검사상 뇌수막자극을 시사하는 브루진스키징후 양성이 확인되었으나, 의식은 명료하였고 고위 대뇌기능, 뇌신경검사, 근력 및 체성감각 검사 및 소뇌기능검사는 정상 소견이었다. 뇌 전산화단층촬영에서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뇌척수액검사상 백혈구 20/mm3, 단백질 167 mg/dL로 상승되어 있었으나, 압력과 포도당은 각각 140 mmH2O, 44 mg/dL로 정상 범위였다. 결핵균을 포함하여, Escherichia coli, Haemophilus inflenza, Listeria monocytogenes, Neisseria meningitidis, Streptococcus agalactiae, Streptococcus pneumoniae와 같은 세균 PCR검사는 모두 음성이었고, enterovirus, herpes simplex virus type 1 and 2, varicella virus, human herpesvirus 6, human parechovirus, cytomegalovirus, Epstein-Barr virus, adenovirus와 같은 바이러스 PCR검사도 모두 음성으로 확인되었다. 같이 시행한 뇌 MRI에서 뇌들보팽대 부위에 둥근 모양의 병변이 확인되었다. 이 병변은 DWI (Fig. 1A)와 FLAIR (Fig. 1B)에서 고신호강도로, ADC (Fig. 1C)에서 저신호강도로 관찰되었으며 조영증강은 되지 않는(Fig. 1D) 세포독성 병변으로 평가되었다. 치료로 경험적 항바이러스제 투약을 시작하였으나 항바이러스제 투약 2일째부터 처음 내원시 보이지 않던 보행실조(ataxic gait)가 관찰되었다. 당시 다시 시행한 신경학적 검사에서 뇌신경검사, 근력 및 체성감각검사는 정상이었으며, 소뇌기능검사 중 손가락코검사(finger to nose test)와 발꿈치정강이검사(heel to shin test)에서도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서 있을 때 몸통실조(truncal ataxia) 소견이 관찰되었고 Romberg 검사는 음성이었다. 보행 시에는 평형불균형(disequilibrium) 증상을 보이며 잘 걷지 못하고 보행을 주저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환자는 단기기억저하 소견도 보였는데, 증상이 일정하지 않고 변동적으로 관찰되어 뇌파 검사를 시행하였다. 뇌파검사에서는 전반적 뇌기능저하를 시사하는 서파 이외에 특이 소견은 없었다. 두통과 발열이 지속되고 처음 내원시 관찰되지 않았던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발생하여 뇌척수액검사를 다시 시행하였다. 뇌척수액검사 결과 압력은 187 mmH2O, 포도당은 46 mg/dL로 정상이었으나 백혈구 50/mm3, 단백질 197 mg/dL로 처음 시행한 검사보다 증가된 소견이 확인되었다. 결핵균을 포함한 세균, 바이러스 PCR검사는 재검사에서도 모두 음성으로 확인되었다. 처음 입원시 시행하지 않았던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항중성구세포질항체(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안지오텐신전환효소(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등을 포함한 자가면역항체 혈청검사와 anti-N-methyl-D-aspatate (NMDA) receptor antibody를 포함한 항시냅스항체검사를 추가로 시행하였고 이 또한 모두 음성으로 확인되었다.
경험적 항바이러스제 치료에 임상적 호전 없이 오히려 처음에 관찰되지 않던 국소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확인되어 면역 과활성 반응으로 인한 악화 가능성 또는 급성 파종뇌척수염(acute disseminated encephalomyelitis)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경학적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 dexamethasone 투약을 시작하였다. Dexamethasone 투약 후 발열과 함께 두통 및 단기기억저하 소견이 조금씩 호전되었으며, 투약 5일째 운동실조와 두통은 거의 호전되었다. 입원 10일째 뇌 자기공명영상검사를 다시 시행하였고, 처음 관찰되었던 뇌량팽대 부위의 국소 원형 병변은 완전히 소실되었음을 확인하였다(Fig. 2). 이후 steroid는 점차 감량하여 중단하였고, 중단 이후에도 신경학적 악화나 후유증 없이 퇴원하였다.
고찰
뇌량팽대 병변을 보이며, 의식의 변화나 경련 등의 임상적 소견이 확인되는 뇌염/뇌병증 환자에서 특별한 치료없이 한달 이내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 회복되는 좋은 예후를 가진 증후군으로 2004년 가역뇌들보팽대병터경도뇌염/뇌병증이 처음 보고되었다.2 이후 다양한 유발 원인에 대한 증례보고와 병태생리에 대한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MRI검사에서 가역적 뇌량팽대 병변을 보이는 뇌염/뇌병증 환자들 중 실제 중증의 증상을 보이거나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이나 사망과 같은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이는 사례들이 보고되면서 가역뇌들보팽대병터경도뇌염/뇌병증의 개념적 모순이 지적되기 시작하였고,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더 포괄적 개념인 가역뇌들보팽대병터 증후군(RESLES), 세포독성뇌들보병터(cytotoxic lesions of the corpus callosum)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3-5,7
뇌량팽대 부위의 가역적 세포독성부종병터의 병태생리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으나, 해부학적 특징 및 생리학적 특징을 고려하였을 때 뇌량팽대 부위가 사이토카인병증(cytokinopathy)에 취약한 부위라는 점에서 사이토카인 과활성에 의한 세포독성부종으로 설명되고 있다. 뇌량팽대 부위는 뇌 전방혈관 순환(anterior vascular circulation)과 후방혈관순환(posterior vascular circulation)을 동시에 받는 해부학적 특징으로 다른 부위에 비해 혈류량이 풍부하여 혈중으로 방출된 사이토카인에 쉽게 노출된다. 또한 뇌량팽대 부위의 신경세포(neuron), 별아교세포(astrocyte),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에는 흥분독성작용 반응(excitotoxic action reaction)을 유발하는 글루탐산, aquaporin 4 및 사이토카인 수용체가 고밀도로 분포되어 있어 감염, 염증, 약물, 대사장애에 의해 유발된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 alpha), 인터루킨-1 (interleukin [IL]-1), IL-6과 같은 물질들이 백혈구가 내피손상을 유발하는 반응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과 프로테아제(protease)를 생성하도록 촉진시킨다. 이렇게 유발된 내피 손상은 추가적인 사이토카인 반응을 촉진시키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를 활성화시키고, 별아교세포에 의해서는 혈관내피 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가 생성되면서 뇌혈관장벽을 약화시켜 세포독성부종을 유발하게 된다. 그 밖에 글루탐산-글루타민 회로(glutamate-glutamine cycle)의 작용과 이로 인한 세포 외 글루타민 농도 상승이 세포 내외 이온균형(intra-exctracelluar ion balance)을 방해하여 세포독성부종을 더 촉진시킨다.7,8 이런 이유로 여러 증례보고에서 임상적 증상 악화가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에 의한 세포독성부종이 원인일 가능성을 고려하여 스테로이드, 면역글로불린과 같은 면역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았다.4,5 하지만 뇌수막염/뇌염과 관련된 가역뇌들보팽대병터 증후군에서 면역 치료의 효용성에 대한 근거는 아직 부족하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증례 환자는 처음 내원 시에 보이지 않던 운동실조, 단기기억저하 등의 신경학적 악화 소견과 함께 추적한 뇌척수액검사에서도 백혈구 및 단백질 증가 등의 악화 소견이 확인되어 모종의 면역 과활성 반응으로 인한 임상적 악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었고, 실제 스테로이드 치료 후에 임상적, 영상학적 소견이 가역적으로 호전되었다.
이 증례를 통해 가역뇌들보팽대병터 증후군에서 초기에 신경학적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다가, 추후 다양한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발현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고, 보존적 치료만으로 호전을 보이거나 예후가 좋다고 알려진 타 증례들과 달리 신경학적 증상 악화와 함께 뇌척수액검사 소견도 악화될 수 있음도 확인하였다. 성인에서 뇌염과 관련된 가역뇌들보팽대병터 증후군의 신경학적 증상은 의식 변화나 발작이 흔하나, 본 증례처럼 드물지만 실조증이 10% 이내로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뇌 전, 후방혈관 순환을 동시에 받는 뇌들보팽대 부위의 세포독성부종 발생 시 후방혈관순환과 관련된 다른 기능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실조증은 이런 후방혈관순환 부전에 의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실조증을 보이는 뇌수막염/뇌염과 관련된 가역뇌들보팽대병터 증후군 환자에서 단일광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SPECT)을 시행한 연구에서 시상과 반대편 소뇌의 관류저하가 관찰되었는데, 이는 소뇌치상시상피질로(dentatothalamocortical pathway)의 기능이상을 시사하며 이러한 기전에 의해서도 실조증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9 마지막으로 가역뇌들보팽대병터 증후군이 의심된다 하더라도 임상적 악화 소견이 보인다면, 사이토카인 과활성으로 인한 병터의 세포독성부종의 악화 또는 비가역적 병터화로 인한 영구적 손상 가능성까지 고려하여 스테로이드와 같은 면역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환자의 신경학적 예후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본 증례를 통해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