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형스틸병(Adult-onset Still’s disease)은 정확한 병태생리가 알려지지 않은 급성전신염증질환으로 고열, 관절염에 이어 연어색 발진이 전형적인 세 가지 증상이며 높은 염증 표지자, 백혈구 증가증 및 높은 페리틴 수치가 특징적인 검사실 소견이다.1,2 진단을 위한 확증적인 검사지표가 없기 때문에 다른 감염성, 염증성, 신생물성 질환들을 배제하고 임상진단 기준에 따라 진단한다. 뇌수막염, 발작, 뇌신경 마비, 말초 신경병증과 같은 신경학적 합병증이 드물게 성인형스틸병과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신경계이상을 첫 증상으로 진단된 성인형스틸병은 매우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3-8 저자들은 급성혼돈 증상과 정신착란 증상으로 시작하여 의식저하의 증상을 보인 뇌염으로 발현한 성인형스틸병 환자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69세 여자 환자가 불명열과 급성 혼돈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4주 전부터 39°C 전후의 지속적인 발열과 좌측 무릎의 통증이 발생하였으며, 1차 병원에서 관절경 및 관절액검사를 시행하였으나 염증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고, 경험적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받았다. 증상 발생 2주 후 환자는 지속적인 발열과 함께 점진적으로 구음장애, 전신 위약감 및 피로감으로 독립 보행의 어려움을 호소하였으며, 3차 병원에서 불명열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였으나 감염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내원일 지남력저하와 혼돈 증상이 발생하여 본원으로 내원하였다.
내원 당시 혈압 131/72 mmHg, 맥박 105회/분이었고, 체온은 38.9°C였다. 흉부 및 복부 신체진찰에서 이상 소견은 없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으나 시간, 장소 및 사람에 대한 지남력이 소실되었고, 혼돈으로 인하여 본인의 정보와 나이, 불편감의 호소에 대한 단순한 의사소통만 가능하였다. 환자는 정신운동초조증과 함께, 벽을 보고 존재하지 않는 상대와 대화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동공 반사와 외안근 운동 및 안진검사에서 이상 소견은 없었으며, 브루진스키징후와 커니그징후를 포함하는 수막자극징후도 음성이었다. 사지 근력은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4등급이었고, 심부건반사 및 엄지발가락징후는 정상이었다. 환자는 혈압과 당뇨 병력이 있었으나, 정신건강의학과 병력은 부인하였다.
일반혈액검사에서 백혈구는 16,250/µL, C반응단백(C-reactive protein, CRP)이 137 mg/L로 상승되어 있었다. 일반화학검사에서 혈중 aspartate aminotransferase (AST), alanine aminotransferase (ALT), gamma-glutamyl transferase (γ-GT), alkaline phosphatase (ALP), lactate dehydrogenase (LDH)가 각각 90 IU/L (참고치 8-34), 11 IU/L (참고치 9-37), 126 IU/L (참고치 9-41), 179 IU/L (참고치 41-106), 843 IU/L (참고치 130-230)로 측정되었고, 이외 다른 수치는 정상이었다. 흉부 및 복부 조영증강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에서 잠재적인 감염원은 없었다. 뇌 조영증강 자기공명영상(MRI)은 정상이었다(Fig. 1). 뇌척수액검사에서 백혈구 수치는 35 (림프구 98%)로 측정되었으며 단백질이 89.1 mg/dL로 상승되어 있었고, 혈중 포도당 85 mg/dL일 때 뇌척수액의 포도당은 40 mg/dL로 확인되었다. 바이러스성 또는 세균성 뇌염의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여 acyclovir 및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였다.
치료 시작 3일째 환자의 발열은 호전되지 않았고 의식이 기면 상태로 저하되며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신체검진에서 좌측 경부의 림프절 비대가 확인되었으나 감염을 시사하는 소견은 없었다. 뇌파검사는 전반적인 서파를 보였으나 극파 또는 예파는 없었다. 뇌척수액 통한 감염원검사에서 신속 뇌수막염 병원체 다중 polymerase chain reaction (Escherichia coli, Haemophilus influenzae, Listeria monocytogenes, Streptococcus agalactiae, Streptococcus pneumoniae, cytomegalovirus, Ebstein-Barr virus, enterovirus, herpes simplex virus [HSV] 1, HSV2, varicella-zoster virus, Cryptococcus)은 음성이었으며, 혈청 가을철 열성질환항체(Leptospira, Rickettsia typhi, Hantaan, Orientia tsutsugamushi Ab)혈청검사도 음성이었다.
혈액검사 상에서 백혈구 20,340/µL, CRP 135.6 mg/L 염증 수치가 상승되었으며, 간수치 역시 AST 155 IU/L, GGT 222 IU/L, ALP 351 IU/L, LDH 157 IU/L로 상승되었다. 자가면역성 질환의 선별검사를 위해 시행한 검사에서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ANA) 역가는 1:160으로 상승되었고 혈청 ferritin이 47,663 ng/mL로 증가되었다. 전신 염증 반응을 동반한 자가면역성 뇌염을 의심하여 자가항체검사를 추가로 시행하였으며, 동시에 면역글로불린(400 mg/kg)과 고용량 스테로이드(methylprednisolone 1 g/day)를 5일간 투여하였다.
전신 자가면역질환에서 보이는 자가항체인 MPO Ab (P-ANCA), PR3 Ab (C-ANCA), anti-SS-A, anti-SS-B, anti-Jo-1, anti-Scl-70, anti-dsDNA, anti-smith Ab, rheumatoid factor 검사는 음성이었으며, 항시냅스항체(anti-N-methyl-D-aspartate receptor Ab, anti-leucine-rich glioma inactivated-1 [LGI1] Ab, anti-contactin-associated protein-2 [CASPR2] Ab, anti-alpha-amino-3-hydroxy-5-methyl-4-isoxazolepropionic acid receptor [AMPAR] Ab, anti-dipeptidyl-peptidase-like protein-6 [DPPX] Ab, anti-γ-aminobutyric acid-B receptor [GABABR] Ab)도 음성이었다. 성인형스틸병 또는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hemophagocytic lymphohistiocytosis)에 동반된 뇌염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용해성 인터루킨-2 수용체(soluble interleukin-2 receptor)와 혈액도말검사를 시행하였고 용해성 인터루킨-2 수용체는 5,943 U/mL로 상승되었으며, 일반혈액검사 및 말초혈액도말검사상 혈구탐식증을 의심할만한 소견은 없어 골수검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감별검사 결과상 성인형스틸병의 Yamaguchi 진단 기준 중 3개의 주 진단 기준 및 2개의 부 진단 기준을 만족하여(Table 1) 뇌염으로 발현한 성인형스틸병으로 진단하였다.
환자는 면역글로불린과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 3일째 의식 수준이 명료해졌고, 혈청 ferritin 수치는 29,982 ng/mL로 감소하였으나 의사소통은 어려웠다. 뇌파검사상 전반적 서파는 유지되었으나 최초 뇌파에 비하여 호전 양상을 나타냈다. 치료 5일째 간단한 지시에 반응하였고 혈청 ferritin 수치가 17,353 ng/mL로 감소하였다. 이후 경구 methylprednisolone과 cyclosporine으로 변경하여 유지하였고, 치료 시작 2주 경과 시점에서 환자는 자유로운 의사소통 및 실내 활동이 가능하였으며 혈청 ferritin은 10,000 ng/mL에서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고, 뇌파검사는 정상화되었다. 치료 시작 3개월 시점에서 환자는 경구 methylprednisolone 12 mg과 tacrolimus 1 mg으로 치료하며 혈청 ferritin은 420 ng/mL로 저하되었고,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었다.
고찰
이 증례에서 기술한 환자는 불명열과 관절염에 대하여 항생제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발열이 지속되었고 급성뇌염으로 진행하였다. 세균성, 바이러스성 뇌염 치료에도 불구하고 신경학 증상이 악화되며 발열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자가면역성 뇌염을 의심하였고 면역억제제 치료와 동시에 다양한 자가면역 질환검사를 시행하면서 혈청 ferritin 상승 소견을 확인하여 성 인형스틸병 가능성에 대한 실마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급성뇌염에 대한 다양한 감염성, 부종양성, 다른 자가면역성 질환에 대한 배제와 함께 성인형스틸병의 Yamaguchi 진단 기준에 대한 부합, 치료에 대한 반응을 통하여 이 환자를 급성뇌염의 신경계증상으로 발현한 성인형스틸병으로 진단하였다.
성인형스틸병의 발생률은 10만 명당 0.16-0.4명, 유병률은 100만 명당 1-34명으로 알려진 희귀질환으로, 성별에 따른 뚜렷한 차이는 없으며, 일반적으로 15-25세 또는 36-46세 사이에 잘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9 성인형스틸병은 계절에 따른 발병률의 변화가 있어, 감염에 의하여 촉발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2 정확한 병태생리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자가염증성 및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후천 면역도질환의 발현에 관여하지만 선천 면역이 발병 기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성인형스틸병은 확진을 위한 검사 방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진단을 위하여 감염, 종양 및 다른 자가면역질환 등 발열의 원인을 배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성인형 스틸병의 특징적인 증상을 보일 경우 의심해 볼 수 있다. 진단을 위하여 본문에서 제시한 Yamaguchi 진단 기준 이외에 다양한 진단 기준이 있으며, Masson 등10은 1996년 Yamaguchi 진단 기준이 가장 높은 민감도(93.5%)를 나타내었고, 뒤를 이어 Cush’s (80.6%)와 Calabro’s (80.6%)가 높은 민감도를 보인다고 보고한 바가 있다. 최근 Fautrel 등11은 임상 증상과 더불어 당화 페리틴의 상승을 주 요소로 하는 진단 기준을 제시한 바가 있으나, 당화 페리틴검사 수행 가능 여부가 제한적이므로 국내 임상 현장에서 시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성인형스틸병 환자는 대부분 스테로이드에 더하여 합성 항류마티스 약제를 병행하여 사용하고, 고열 등의 증상 조절 목적으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드물게 생물학적 항류마티스 약제를 병행하기도 한다.12 이 질환에서 7-12%까지 신경계증상을 동반하며 무균성수막염(64%)과 뇌신경마비(14%), 뇌염(7%) 및 말초신경병증(21%) 등으로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5,6 신경계증상으로 발현하여 성인형스틸병으로 진단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3,8 성인형스틸병과 동반한 뇌염 또는 뇌수막염이 이 질환의 기전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신경계증상인지에 대한 증거는 확실하지 않다. 21세기에 자가면역뇌염을 일으키는 다양한 항체가 발견되면서 자가면역뇌염에 대한 개념과 범위가 넓어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항체의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이 환자의 뇌염이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자가면역뇌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신경계증상을 일으키는 정확한 기전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성인형스틸병과 관련된 직, 간접적인 염증면역 반응에 의한 신경계현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들은 감염의 증거가 없는 불명열과 급성뇌염이 발생한 환자가 성인형스틸병으로 진단되어 성공적인 치료로 이어진 증례를 보고하면서 신경계증상의 감별진단으로서 이 질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임상가는 감염에 대한 치료에 효과가 없는 발열과 동반된 급성뇌염 환자에서 성인형스틸병을 감별진단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