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종 다발혈관염(granulomatosis with polyangiitis, GPA)은 작은 혈관을 주로 침범하는 괴사성 혈관염이다. 전형적으로 상, 하기도와 신장을 주로 침범하며, 신경계 침범시 다발신경염, 다발성 뇌신경병증 등 말초신경계 질환으로 잘 나타난다.1 한편, 신장을 침범하지 않고 상부기도나 신경계 등에 국한된 병변을 보이는 경우 제한성 육아종 다발혈관염이라고 하며, 증상이 비전형적이고 항체검사가 음성인 경우가 많으며 육아종을 형성하지 않아 진단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저자들은 압통을 동반한 측두부 두통을 주소로 내원하여 측두동맥염 또는 제한성 육아종 다발혈관염에 의한 두통으로 추정하여 치료한 증례를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82세 여자가 내원 7일 전부터 발생한 두통으로 내원하였다. 환자의 두통은 좌측 측두부위에 국한되어 둔한 양상으로 지속되었다. 두통의 강도는 시각 아날로그 척도(Visual Analogue Scale, VAS)상 3점으로 평가되었으며, 통증 부위를 누르면 악화되었다. 또한, 박동성의 두통이 1주일간 1-2회, 1시간 미만으로 발생하기도 하였다. 동반 증상으로 오심, 구토 및 빛공포증은 없었으며, 결막충혈, 눈물, 코막힘 등 자율신경계 증상도 없었다. 그 외에 어지러움이나 복시, 안면마비, 감각이상, 청력저하의 신경학적 증상도 동반되지 않았다. 이러한 두통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으며 최근 외상을 입은 병력은 없었다. 입 마름, 안구의 이물감, 시력 증상, 관절이나 근육의 이상, 체중 변화, 감각이상, 천식, 객혈, 코피의 동반 여부에 대하여 모두 부인하였다. 과거력상 고혈압과 당뇨가 있었으며, 내원 6년 전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릎관절치환술을 시행 후 폐색전증이 발병한 병력이 있었다.
내원 후 시행한 진찰에서 시력 및 대광반사, 외안근 운동 및 안진검사상 이상 소견은 없었고, 측두동맥의 충혈 소견도 동반되지 않았으나 좌측 측두동맥 및 주변 부위에 경미한 압통을 호소하였다. 그 외에 신경학적 검사상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검사에서는 적혈구 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는 120 mm/hr, C반응단백(C-reactive protein)은 16.1 mg/L로 상승되어 있었고, 백혈구 및 호산구의 상승은 동반되지 않았다. 소변검사상 혈뇨 및 단백뇨를 시사하는 소견은 없었다.
뇌 자기공명영상검사(MRI)에서 좌측 비인두와 척추 앞 근육의 T2신호 증가와 좌측 측두골의 추체 첨부, 경사대, 접형골 체부 골수의 조영증강 및 좌측 경동맥 추체분절의 혈관벽이 조영증강됨(Fig. 1)을 확인하였고, 좌측 상악굴의 부비동염 및 진균구가 있었으며, 뇌수막의 조영증강 소견은 없었다.
시각 증상은 없었으나 측두동맥의 압통을 동반한 두통에 대해 측두동맥염을 의심하는 한편, 두개골 기저부를 침범하는 병변이 확인되어 모종의 전신성 혈관염을 감별하고자 핵항체(antinuclear antibody)를 측정하였으며, 1:320으로 역가가 증가됨을 확인하였다. 추가 혈액검사상 lupus anticoagulant는 양성이었다. 그 외에 MPO Ab (P-ANCA), PR3 Ab (C-ANCA), anti-SS-A, anti-SS-B, anti-Jo-1, anti-Scl-70, anti-dsDNA, anti-smith Ab, rheumatoid factor 검사는 정상이었다. 측두동맥염에 대한 감별을 위하여 조직검사를 고려하였으나, 고령 및 협조도 문제로 시행하지 못하였다. 모종의 혈관염에 의한 두통으로 판단하여 전신 computed tomography를 통한 감염원 및 악성 종양에 대한 배제 후 고용량 스테로이드 용법(methylprednisolone 1 g/day)을 3일간 투약하였고, 이후 경구 스테로이드(프레드니솔론 60 mg)를 3주간 유지하면서 외래에서 추적 관찰을 하였을 때, 두통이 소실되어 이후 경구 스테로이드는 감량하였다. 우연히 발견된 진균구 및 비염 소견에 대하여 부비동 내시경수술 및 부비동 내 점막에 대한 조직검사를 시행하였으나 특이 소견이 없었고, 이후 추적 관찰이 되지 않았다.
5개월 뒤, 환자는 갑자기 발생한 좌측의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를 주소로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VAS 7점 이상의 두통을 호소하고 있었으며, 수개월 전부터 최초 두통과 동일한 양상의 통증이 재발하여 점차 악화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진술하였고, 동반되어 양측 청력저하를 호소하였다. 검진 상에서 하우스 브렉만 척도(House-Brackmann [H-B] grade) IV의 좌측 안면마비 소견과 좌측 상악굴의 부비동염 및 양측 귀의 삼출성 중이염이 동반되어 있었다. 뇌 자기공명영상검사상 조영증강되는 병변이 증가하여 좌측 경유돌기공을 포함하여 양측 측두골과 접형골을 침범하였으며, 양측 경동맥을 둘러싸고 있었다(Fig. 2).
재시행한 자가면역항체검사에서 항핵항체 역가는 1:320이었고, 그 외 검사에서는 음성임을 재확인하였다. 두개골 기저부를 광범위하게 침범하는 병변과 부비동염 및 중이염에 대하여 항체 음성의 제한성 육아종 다발혈관염 의심 하에 확진을 위한 수술적 조직검사를 계획하였으나 협조도 문제로 시행하지 못하였으며, 고용량 스테로이드 용법(methylprednisolone 250 mg/day)을 3일간 투여 후 경구 프레드니솔론 60 mg으로 시작하여 20 mg으로 감량하였으며 cyclophosphamide를 병행하며 추적하였다.
최초 내원으로부터 1년 뒤 시점에서 환자의 안면마비는 H-B grade III로 호전되었으며, 두통은 VAS 2점 수준으로 호전되었고, 영상검사 상에서 병변의 감소를 확인하였다(Fig. 3).
고찰
육아종 다발혈관염(GPA)은 과거 베게너 육아종증으로 불렸던 질환으로, 주로 중소 혈관을 침범하는 전신성 혈관염이다. 흔히 상부 및 하부 호흡기에서 괴사성 육아종, 신장에서 사구체신염을 일으키는 것을 특징으로 하며, 안구 염증 및 폐 모세혈관염으로 인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혈관 외 염증도 발생할 수 있다.3 제한성 육아종 다발혈관염(limited GPA)은 신장을 포함하는 전신적 징후 없이 국소적으로 발현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제한성 육아종 다발혈관염의 경우 C-ANCA의 양성률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4 본 증례에서 C-ANCA가 음성임을 확인한 뒤에도 제한성 육아종 다발혈관염으로 추정하여 이후 치료를 진행하였다.
육아종 다발혈관염은 부비동염, 비염, 중이염 등 두경부를 침범하는 단순 염증성 질환으로 발현하거나,5 비전형적인 두통, 안면통 등으로 발현하는 경우 진단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두통으로 발현한 육아종 다발혈관염 증례들을 살펴보면, 비특이적인 두통, 박동성의 두통, 자두통 등 다양한 두통의 양상을 나타냈으며, 흔히 뇌수막의 조영증강을 동반하였고 뇌신경을 침범한 증거가 동반되었다.6-8
본 증례는 뇌신경 침범 증상 또는 수막 자극 징후 없이 측두동맥 부위 압통을 동반한 두통으로 내원하였으며, 고령에서 새로 발생한 두통을 감별하기 위하여 영상적 검사를 시행하여 두개골 기저부의 침범 소견을 확인한 증례이다. 과거 문헌에서 육아종성 다발신경염이 뇌 신경의 침범 없이 두개골 기저부만을 단순 침범한 보고들이 있으며, 골수염과의 감별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9 한편, 본 증례는 시각 증상이 동반되지 않았으나, 병력 및 검진 상에서 측두동맥의 압통을 동반하여 측두동맥염을 배제할 수 없었던 환자로, 조직검사를 고려하였으나 고령 및 협조도 문제로 시행하지 못하였다. 과거 문헌들을 살펴보면, 육아종성 다발신경염과 측두동맥염을 모두 진단받은 증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10 본 증례에서도 조직검사를 시행하지 못하였고 혈액 검사를 통하여 두 가지 질환을 감별하기에는 제한이 있었으나, 발열 등 감염을 시사하는 임상 증상이 없었고 혈액검사상 혈관염을 시사하는 소견이 확인되어 두 질환 모두를 의심하였으며, 혈관염에 대한 치료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여 좋은 반응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폐와 신장의 침범이 없이 두개골 기저부만을 침범하여 압통을 동반한 측두부 두통으로 발현한 혈관염에 의한 두통으로써, 제한성 육아종 다발혈관염 의증 증례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한다. 두통 위험 징후인 새로 발생한 두통의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고 비특이적인 경우에도 이차성 두통으로 진단될 수 있으므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 보다 폭넓은 감별진단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