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체트병은 구강궤양, 외음부궤양 및 포도막염을 특징으로 하는 전신염증성질환이다. 피부와 눈뿐만 아니라 관절, 위장관, 심장 등 장기에서도 질환이 나타날 수 있으며, 중추신경계 침범은 비교적 드물지만 이환율과 사망률이 높다는 점에서 중요하다.1,2 신경베체트병은 대뇌반구, 뇌간, 척수 등 뇌 실질을 침범하는 경우와 실질 밖 혈관을 침범하는 경우, 신경 또는 근육 등 말초를 침범하는 경우로 분류할 수 있다.3 혈액검사, 뇌척수액검사, 영상검사 등을 시행하여 다발성경화증,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 뇌경색, 뇌수막염 등을 배제 진단함으로써 진단한다.2,3 치료는 일반적인 베체트병의 치료와 유사하게 글루코코티코이드, 아자싸이오프린, 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포스퍼마이드와 같은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며, 치료저항성의 경우 생물학적 제제도 사용하고 있다.3,4 저자들은 베체트병 환자에서 반복적으로 뇌간 및 대뇌반구를 침범하는 병변이 발생하였으나 특별한 신경학적 증상 없이 반복적인 두통을 호소하였고 빠른 스테로이드 치료 이후 호전되는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례
27세 여자가 하루 전부터 지속되는 두통, 발열, 구역감으로 응급실에 방문하였다. 12년 전 강직척추염 및 8년 전 베체트병을 진단받아 류마티스내과 추적 중으로, 생물학적 제제인 에타너셉트 주사 치료와 함께 콜히친과 경구 프레드니솔론 5 mg을 복용 중이었다. 환자는 5년 전부터 세 차례 반복적 뇌염이 있어 신경베체트병 진단으로 신경과에 입원하였던 병력이 있었고, 가장 최근 입원은 5개월 전이었다. 5년 전 처음 신경베체트병을 진단하였을 때에는 두통, 발열과 함께 시력이상을 호소하였고, 4년 전 및 5개월 전 증상 재발로 내원하였을 때에는 두통, 발열 이외에 동반되는 신경학적 이상은 없었다. 세 차례 모두 뇌척수액검사에서 뇌척수액세포증가증과 단백질의 상승이 있었다. 뇌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는 모두 시상 및 뇌간 주변 위치에 병변이 있었으며, 5개월 전 재발 시에는 대뇌피질에서도 새로운 병변이 발생하기도 하였다(Fig. 1A-C). 매 입원 시마다 메틸프레드니솔론 주사 치료(3일간 1 g/day) 후 모든 증상이 호전되어 신경학적 장애 없이 퇴원하였으며, 추적한 뇌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기존 병변이 호전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번 방문 시 활력징후에서 체온이 섭씨 38.4도로 상승되어 있었고, 맥박, 호흡수, 혈압은 정상 범위였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으며, 환자는 국소신경이상결손 없이 두통만을 호소하였다. 두통은 머리 전체적으로 지끈거리는 양상으로, 구역 및 구토가 동반되었다. 응급실에서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특기할 만한 이상은 없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두개내압은 170 mmHg였고, 백혈구 270/mm3 (중성구 90%), 단백질 139 mg/dL로 증가되어 있었으며, 포도당은 정상 범위였다. 뇌척수액에서 시행한 균배양검사 및 바이러스 중합효소사슬반응검사(polymerase chain reaction) 등은 모두 음성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오른쪽 소뇌다리, 양측 교뇌, 오른쪽 전두엽 및 후두엽에서 한 달 전에 검사한 뇌 영상검사에서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병변이 확인되었다. 뇌정맥동혈전증과 같이 혈관의 침범을 시사하는 소견은 없었다. 신경베체트병의 재발로 판단하고, 메틸프레드니솔론 주사 치료(3일간 500 mg/day)를 시행하였다. 이전 입원 시와 같이 환자의 증상은 곧 호전을 보였고, 기존 투여하던 에타너셉트는 중단 후 경구 프레드니솔론 60 mg으로 약제를 변경하여 퇴원하였다. 1개월 뒤 추적한 뇌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는 기존 병변의 호전을 확인하였다(Fig. 1D, E). 프레드니솔론 유지용량 감량 이후 다른 생물학적 제제인 인플릭시맵 치료를 계획하고 있으며, 약 3개월간 재발의 징후는 없이 신경학적 징후는 모두 호전되었다.
고찰
베체트병은 구강 및 외음부의 아프타궤양이 특징적인 질환이나 안구, 위장관, 혈관 침범도 흔하며,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신경베체트병이라고 이야기 한다.3 신경베체트병의 진단은 신경학적 증상과 함께 혈청학적 검사에서 염증표지자의 활성도, 뇌 영상검사, 뇌척수액검사, 신경생리검사, 신경조직검사 등의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른 진단을 배제함으로써 하게 된다.5 두통, 보행장애, 어지럼증, 구음장애, 의식저하, 안구운동장애, 경련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며, 뇌 영상검사에서 확인되는 병변의 위치에 따라 뇌 실질 내 신경베체트병과 실질 밖 신경베체트병 그리고 말초를 침범한 경우로 구분한다.1,3 한국 연구에서 뇌 실질 내에서 주로 침범하는 위치는 사이뇌, 뇌간, 대뇌백질, 소뇌 순이었으며, 대부분의 환자에서 스테로이드 치료 후 좋은 반응을 보였다.1
본 증례 환자는 두통과 함께 뇌 영상검사 및 뇌척수액검사의 이상으로 발현한 신경베체트병이 수차례 재발한 경우이다. 환자는 면역억제 치료를 통하여 최근 수년간 다른 베체트병의 증상은 큰 악화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 베체트병만이 반복되었다. 뇌동맥 또는 정맥 모두에서 혈관 침범의 증거는 없었고, 뇌실질내 병변만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 뇌실질내 침범 위치로 시상 및 뇌간의 병변이 반복되었다는 점에서 전형적이었다고 할 수 있으나 대체적으로 광범위한 뇌실질 병변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신경학적 증상 없이 두통과 구역, 구토만을 보인 점은 특이할 만하다. 환자가 본인 스스로 질환에 대한 인식이 반복적 경험으로 인해 획득되었고, 빠른 시간 안에 응급실에 내원하여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하였기 때문에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신경베체트병 환자를 잘 교육하여 뇌수막 자극 증상이 있는 경우 빠르게 응급실을 방문하도록 하고,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신경베체트병의 치료는 일반적 치료원칙에 따라 면역억제제 치료를 하며, 치료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 생물학적 제제의 사용을 고려한다. 하지만 본 증례의 환자와 같이 에타너셉트와 스테로이드 유지 치료에도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고, 신경베체트병이 영구적 신경학적 장애를 남길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유의가 필요하다.1,4,6 본 환자의 경우도 에타너셉트의 치료 효과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어 다른 생물학적 제제로의 변경을 고려 중인 상태로 이러한 환자들에서 신경베체트의 재발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 유지약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